‘진짜 사장’과 대화할 권리, 노란봉투법이 필요한 이유
택배 기사, 방송 작가, 하청업체 노동자들. 이들은 명함에 적힌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지만, 정작 이들의 근무 환경과 계약 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원청 대기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들은 ‘진짜 사장’인 원청을 상대로 단체 교섭을 하거나 파업을 할 수 없습니다. 문제가 생겨도 법적인 사용자가 아니라는 벽에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노란봉투법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노동계가 노란봉투법 통과를 간절히 외치는 이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기 위함입니다.
핵심 1. ‘진짜 사장 책임법’: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
조선소의 하청 노동자나 백화점의 입점업체 판매원은 원청 없이는 일할 수 없습니다. 원청이 작업 방식을 지시하고, 납품 단가를 결정하며, 심지어 계약 해지까지 좌우합니다. 하지만 정작 하청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려 해도, 하청업체 사장은 “권한이 없다”고 말하고 원청은 “당신들과는 계약 관계가 아니다”라며 대화를 거부합니다.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서상의 사장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까지 사용자의 범위에 포함합니다. 즉, 하청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 대기업과 합법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입니다. 이는 ‘가짜 사장’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던 관행을 끊고, 진짜 책임자가 직접 대화에 나서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입니다.
핵심 2. ‘손배 폭탄 방지법’: 정당한 파업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아야 한다
파업은 노동자가 가진 최후의 방어 수단입니다. 하지만 파업 이후 기업이 노조와 조합원 개인에게 수십, 수백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이는 정당한 쟁의 행위를 위축시키고, 노동자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보복성 소송’으로 악용되어 왔습니다. 이 법안은 합법적인 노조 활동에 대해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폭력이나 파괴 같은 심각한 불법 행위가 아닌 이상, 조합원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제한합니다. 이는 노동자들이 생존권이 걸린 문제에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평생 갚지 못할 빚더미에 앉게 되는 비극을 막고,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핵심 3. ‘노동권 보장법’: 노동쟁의의 범위를 현실에 맞게 넓혀야 한다
현행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 ‘결정 가능한 근로조건’에만 한정합니다. 이로 인해 회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정리해고 등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에 대해 노조가 파업으로 맞서면 ‘불법’으로 규정되기 일쑤였습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합니다. 이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중대한 경영상의 결정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이 새로운 특권을 만드는 법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원·하청 관계와 왜곡된 노사 관행 속에서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던 ‘헌법상의 권리를 정상화’하는 법이라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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